오늘 우연히 16 personalities 사이트에서 MBTI 성격 검사를 다시 했다. 그런데, 성격검사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모든 항목들은 결국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내린 선택들의 집합이고 그걸 변별하는 질문들인데, 그렇다면 선택의 본질은 무엇일까?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빈곤층 여성으로서 살면서 우리는 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
성격코드 |
E-외향성 I-내향성 N-직관형 S-감각형 T-사고형 F-감정형 J-계획형(판단형) P-인식형(유연형) |
1. 안전한 선택 (계획형)
주로 J형.
실패하지 않을만한 선택을 하게 된다. 왜냐면 실패했을 때 나를 받아줄 안전한 백업플랜이 없거나 최소한 없을거라고 겁먹으면서 살기 때문이다. 왜? 그의 인생은 다양한 모습을 주변에서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주로 획일적인 선택들을 하니까. 저 모습에서 벗어나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 지 알수 없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2. 자기 안으로 숨는다. (내향형)
주로 I형.
심지어 연예인들도 그렇고, 굉장히 외향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막상 알고보면 집순이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그 이유는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집 안에 있는 것이 스트레스가 덜 쌓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의외로 집순이인 경우가 있는데 왜냐면 여성으로서 한국에 살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위험하거나 불쾌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앞 편의점 갈때도 꾸며야지, 웃어야지, 친절해야지, 몸가짐 조심해야지, 밤길에 안다녀야지 등. 그런 번거로움을 도대체 왜 감수하겠는가?
3. 경청한다 (내향형)
주로 I형.
자기가 말을 하기보다는 경청을 하게 된다는 거다. 이걸 어디에서 더욱 확신했냐면 미국에 가서 사업으로 성공한 누군가 그런말을 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할 수 있는 건 남의 말을 듣는 것 뿐이었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할 뿐더라 공유할만한 경험, 자랑할만한 경험이 남들만큼 있지 않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들어주는 감정쓰레기통 역할이라도 해야만 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인간관계 모두가 필요를 교환하기에 유지된다.
그렇다면 당신은 주로 남들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살아왔는가? 가진게 별로 없는 한국 여자들은 주로 감정을 제공하고, 음식을 해주고, 안전을 제공한다. 그것 말고는 줄만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은 여성들이 감정을 제공하는 걸 즐기기 때문인가? 아니면 제공할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인가?
4. 받아들인다. 관찰한다. 시키는대로 한다 (감각형)
주로 S형.
한국에서 질문 많이 하고 호기심 많은 학생들은 결국 어떻게 되는가? 닥치고 치키는대로 문제를 풀게된다. 왜냐면 '다른 것', '질문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는 더 그렇다.
여자인데, '왜 내가 여자라고 그렇게 해야해?', '왜 내가 여자라고 그런 걸 못해야 돼?' 라는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대답하는 인간이 단 한명이라도 주변에 있는가? 아마 대부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질문은 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혼잣말을 하고 글은 쓴다. 그건 내가 혼잣말을 하기 좋아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질문할 인간이 없기 때문인가?
한국에서는 ISTJ가 가장 많고, 살아남기에 가장 효율적이다. 그 이유는 생각이 쭉쭉 뻗어나가는 꿈 많은 N형들에게는 한국이 생지옥이기 때문이다. 보통 환경이 자신을 괴롭히면 환경을 탓하기 보다 자신을 수정하게 된다. 그게 더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5. 계획적으로 산다 (판단형, 계획형)
주로 J형.
한국에서는 소속에 들어간 경우 지각, 출석에 집착한다.
선진국에서는 결석이나 지각 같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그보다 학생이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느냐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전액 장학금 타기 위해서 시험에 늦을까 두렵고, 수업에 지각할까봐 무섭다. 그렇다면 이 공포는 내가 계획형 인간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지각을 낮은 성적으로 징벌하는 한국 시스템 때문인가?
6. 감정이 무뎌진다
주로 T형.
감정이 세밀하고 감정의 결이 살아있는 한국인을 본 적 있는가? 아무리 공포스럽고 끔찍한 얘기를 해줘도 눈하나 깜짝 안하는 사람만 차고 넘친다. 다른 어떤 나라는 나무가 다치는 걸 피하고자 구멍을 뚫지 않고 나무 둘레를 따라 밧줄을 매는 방법을 터득했고, 사람들이 동물들에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동물들이 사람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온다. 아이들은 밝고, 사람들은 서로 배려하고 아끼고 웃는다. 서비스직 여성들은 아주 당당하고 침착하고 의연하다. 나라에서 보호를 받기에 나오는 단단함과 친절함이 있다. '나는 많은 걸 가졌으니 너에게도 친절을 줄게.'
반면에 한국은? 징그럽게 웃어댄다. 특히 서비스직 여자들 말이다. 근데 뭐 때문인가? 안 웃으면 컴플레인 들어가고 잘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계처럼 비굴하게 웃는다. '나는 혹시나 잘릴까봐 무서우니 너에게 비굴할만큼 친절할게.'
차이가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나라에서 성격 검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설령 ENFP로서 한국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과연 성격검사로 그게 잡히기나 하겠는가? 수년간 후려쳐져서 자기가 자기인줄도 모를거다.
이 모든 사고의 결과를 통해 내린 결론은, 성격이란 허상이라는 것이다. 성격이란 생존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유형으로 발버둥친 결과이다. 성장하고 성숙할수록 한 유형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에 가까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 말도 믿을만하지 못하다. 그냥 남들에게 섞여살려면 개성이 없는 편이 더 유용한 게 아니겠는가?
한국같은 폭력적인 나라에 살면서 입이 막히고, 경청만을 강요당하고, 집에만 있고, 계획에 집착하고, 감정의 상처를 피하기 위해 무뎌져버린 인간이 되었다. 그게 타고난 성향 따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남기에 가장 최적화된 유형이 되려고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중산층 이하의 여자로 살아남기 위해서 외향적이고, 창의적이고, 감성적이고, 유연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집안에 숨게되고 남이 시키는대로 생각없이 하게되며 감정을 마비시키고, 잔인한 영화를 보게되고, 숨막히는 계획들을 세운다. 그러니 명심해라. 지금 자신의 모습은 본 모습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우리 안에 지금은 잠재되어있는 능력들이 그것을 허락하는 사회에서 분명 발휘될 날이 올테니까.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이제 성격검사 따위는 크게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관찰하고 시키는 대로 하기 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보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을 것이다. 감정적 살인에 가까운 것들을 접하기 보다는 감정과 감성을 살려주는 것들을 보려고 한다.
나를 계획으로 옭아매지 않고 자유롭게 두려고 한다.
당신은 무한하다.
어떤 기준으로 자신을 재단하지 말고 자유롭게 두고 그것을 허용하는 사회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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