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떤 식으로 친구관계를 맺게 되는가? 어떤 단체에 들어가서 그냥저냥 나랑 수준 맞는 사람들과 무리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는 그걸 '친구'라고 부른다. 그중에 내 고민을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여러모로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되면 베프가 된다. '뭔가 통한다'라는 거, 그냥 수준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가치관이나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제공하는 사이가 된다. 서로 공공의 적이 있다거나 불행을 공유할 때 가장 강한 동지애 같은 게 생긴다. 그야말로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시간도 많이 할애한다.
그런데, 그 우정이 영원한가? 둘 중 한쪽의 수준이 올라가면 한쪽은 계속 자기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면 한다. 눈이 높아진 쪽이 상대에게 권태로움을 느끼거나 예전처럼 자주 만나고 싶지 않아 진다.
내가 잘된다면?
남에게 친절을 베푸느라 시간을 할애하는 게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잘해준다고 한들 영원히 옆에 남지 않는다. 내가 잘해주는 만큼 날 좋아해 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별 볼 일 없어지는 순간 멀어진다. 내가 잘되면? 그러니까 완전히 순수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친구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붙거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뀌고, 관심을 보인다. 저 사람이랑 친해지면 뭔가 득이 될 것 같으니 친해지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잘난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어 한다. 아무런 사심 없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건 환상이다.
인간관계는 늘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수준을 높이고, 경험을 쌓고,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하며, 가치관이 뚜렷하고, 독립적일 때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오래된 친구
얼마나 오래 친한 사이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익숙한 심심풀이로 유지하는 관계도 꽤나 많다. 더 이상 자극 없고 감정이 동하지 않는 관계라면 이미 죽은 관계일 확률이 높다.
인간관계에 정말 아무런 미련을 가질 필요 없다. 가볍다면 한없이 가벼운 게 인간관계다. 모든 인간관계를 버리라는 것은 아니고, 이미 친한 사이라고 해서 의무적으로 그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만나고, 만나기 싫으면 다 끊어버리는 거다. 친구 수가 적어지면 불안한 사람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별 영향을 안 미칠 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주변에 인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잔소리와 지적을 받게 되니까. 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내 시간이 필요하다면 연락 끊고 잠수 타도된다. 그래도 내가 잘나면 붙을 사람은 얼마든지 붙는다.
여자 인생을 남자에게 헌신하는 건 제일 쓸데없는 일이지만, 같은 동성 친구에게도 너무 의지하고 시간 쓰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라는 거다. 매년 생일이라고 연락해주고 못 만난다고 기프티콘 보내주고 다 쓸데없다. 그냥 나 자신만 생각하고 내가 친하고 싶은 사람들만 연락한다. 원래 친했어도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말아라. 그리고 슬슬 멀어져라. 내가 되고 싶은 수준의 사람을 바라보고 친해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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