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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임신과 출산은 공짜가 아니다.

한국 남자들이 연령 불문하고 제일 발끈하는 말이 뭔지 아는가? '애 낳아줬다'라는 말이다. 이건 아주 정확하고 사실적인 표현이다. 

 

심지어 맘 카페 흉자들마저도 저런 표현을 으레 사용한다. 여자에게 임신, 출산은 막대한 손해이고 그로 인해 남자에게 어마어마한 이득을 안겨줬다는 것을 흉자들도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랑 결혼 생활할 정도로 멍청한 흉자일지라도 본능적으로 저런 계산 값은 도출한다.

 

 

 

 

 

근데 한국 남자들은 여자들이 '낳아줬다'라는 사실을 못박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를 하고 마치 소금 뿌린 미꾸라지 마냥 발광한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들이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인지하고 그게 인정되는 순간 남자들은 얻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99%의 남자들은 절대 그 값을 치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성 이데올로기를 세뇌하는 것이다. 모성을 여성의 미덕이라고 세뇌해야지만 여자들이 임신과 출산을 자기희생으로써 기꺼이 받아들이고 남자들에게 공짜로 베풀기 때문이다.

 

서양 남자들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어서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일이고 권한이라며 한발짝 물러나는데, 한국 남자들은 애를 맡겨놓은 것처럼 당연하게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임신과 출산에 대해 조금이라도 유세를 부리거나 보상을 받으려고 할까 봐 경계한다. 혹시라도 그런 기미가 보이면 "네가 씨받이냐?"라며 수동 공격으로 억누른다. 여자들이 자신이 한 희생에 대해 마땅한 대우와 보상을 받으려고 하면 '씨받이'라는 모욕과 수치를 줘서 입막음시키려는 시도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는 여자들이 자신의 신체를 망가뜨려가며 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보상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당연히 씨받이 논리는 틀렸다. 여자가 자신의 애를 낳았어도 남자의 애를 낳아줬다는 표현은 옳은 표현이다. 두 사람이 식당에 가서 같이 밥을 먹고 한 사람이 계산했으면 자기 밥은 자기가 사먹은 거지만 상대방 밥은 낸 사람이 사준 게 맞다. 내가 내 차를 운전해서 목적지를 가는데 누가 공짜로 동승하면 내가 태워준 것이다. 동승자가 얻어 탄 것이다. 내가 내 집에서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월세 한 푼 내지 않고 같이 살겠다고 하면 빌붙어서 사는 것이다. 

 

두 사람의 유전자가 섞인 아이를 만드는 것을 여자만 했으면 여자가 낳아준 것이다. 남자가 기생충마냥 빌붙어서 도둑 번식한 거고, 무임승차한 것이다. 무임승차해놓고 무임승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적반하장으로 거지가 큰소리치면서 화내는 꼴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임신, 출산, 육아는 거저가 아니다. 낳아주는 거 맞고 십억을 줘도 보상 못할 어마어마한 시혜를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해줄 생각도 없다. 남자들이 여자한테서 당연히 얻어내던 것은 당연한 게 아니다. 단호하게 못 박아야 한다. 

 

한국 남자들은 여자를 자신의 애를 낳아줄 가축 정도로 여긴다. 그래서 여자한테 애 맡겨놨다는 듯한 말투로 여자한테 애 내놓으라는 소리를 한다. 여자 포궁이 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 착각을 깨줘야 한다. 명백하게 선 긋는 것이 여자들이 출산 가축 신세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아직은 여자들이 애낳기 싫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뭐 집값이 올라서 그렇다느니 양극화 시대에 애가 불행해지는 게 싫다느니 이런 핑계를 에둘러대는데, 사실은 아니다. 사실 애 낳아주기 싫고, 손해 보기 싫고, 고생하기 싫고, 내 신체건강 해치는 짓을 하기 싫은 것이다. 임신과 출산이 고통스럽고 징그럽고 끔찍하고 혐오스러워서 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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