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보려 한다. 주변 개돼지에 대해 싸우고 욕하고 화내고 씹고 있다면 그거 남자랑 사랑싸움하는 거랑 똑같은 행위다. 준거 집단이란 게 엄청 무섭다. 네가 아무리 개돼지가 개돼지임을 알아도 계속 걔네랑 싸우고 있으면 전선이 걔네 수준으로 형성된다. 제1 세계 백인 세계에서 제프 베이조스랑 일론 머스크가 우주 공간을 놓고 싸울 때 넌 개돼지랑 주변 다른 개돼지 평판과 칭찬 따위를 놓고 싸우는 것이다. 이겼을 때 전리품이 전자는 우주 식민지이고, 후자는 어디 가서 핫도그 하나 하고도 못 바꿔먹을 익명 개돼지의 칭찬이다.
네가 특히 흙수저일수록 주변 개돼지는 연을 정말 끊어버리고 상종도 말고 머릿속에서 정말 지워버려야 한다. 걔네 이겨먹을 생각도 하지 말고 나중에 성공해서 복수해줘야지 본때를 보여줘야지 이런 생각 따위도 하지 마라. 걔네는 애초에 네 목표도 기준도 될 수 없는 버러지 같은 존재들이다. 그냥 '나는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난 오늘 지구 상에 떨어진 외계인이다', '지구인의 아바타를 빌려 입고 한번 지구에서 신명 나게 놀아보려고 내려온 선진 문명의 외계인이다', '하늘에서 강림한 신이다' 뭐 그렇게 생각해라.
너의 의지로 주어진 게 아닌 모든 환경과 대인 관계는 너의 정체성과 무관하다. 너란 사람의 사고를 제한하고 행동에 영향을 끼칠 아무런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 걔네가 너를 멍청하다고 놀렸다고 해서 너한테 반증 의무가 있는 게 아니다. 반증하려고 애쓰지 마라. 세상은 걔네 의견 따위 아무 관심 없다.
나는 연 끊기 전 지금보다 훨씬 어릴 때 맨날 내 앞에서 커리어 우먼 무시하고 여자 사회생활 폄하하던 흉자랑 자주 싸웠었다. 근데 어느 날 흉자가 그런 말을 하더라. "여자들은 남자들하고 다르잖아. 어차피 회사 가도 남자분들 커피나 타고 간식이나 챙겨드리고 그럴 텐데 능력보단 성격이 싹싹한 거 하나면 되잖아?" 당시의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흉자가 나랑 그냥 가치관이 다르거나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바보 같게 느껴졌다. 나는 적어도 여자가 예전에 남자들이 독점했던 일을 동일하게 한다는 것이 공통 전제인 줄 알았는데 흉자는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토론하는 내내 '일하는 여자'에 대한 전제 정의 자체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던 것이다. 흉자는 아예 딴 세상을 살고 있었던 거다. 여자는 남자랑 똑같은 회사를 다녀도 남자는 해외 바이어들하고 회의하며 고급 업무를 하는 동안 여자들은 웃음 팔고 커피나 타주다 퇴근하는 줄 아는 늙은 새끼들이 득실거린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여자는 밖으로 내돌리면 안 된다는 둥, 밖에서 일하는 여자들 은근히 더럽다, 창녀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던 늙은 새끼들이 왜 많은지도 알겠더라. 왜 한국에서 '직업여성'이 페이 강간 직종을 뜻하게 되었겠는가.
본인들이 직접 경험한 적도 없고 맨날 말 돌리며 말싸움 이겨먹기 식으로 살다 보니 제대로 토론해서 깨지고 교정받은 적도 없고, 딱 자기 수준대로 상상하고 믿는 것이다. 똑같은 대학 졸업해서 똑같은 기업 입사했는데 남자는 고급 업무하고 여자는 그 옆에서 커피 타주는 장면을 망상으로 지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대체 여자가 왜 일하고 발전하고 성공하는 걸 무시하고 반대하는지 네 입장에서는 도통 모르겠다 싶지만 그네들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 외간 남자 커피를 못 타 줘서 안달이냐?' 이딴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놈들이란 토론할 때 서로의 상식과 전제를 전부 밝히고 시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돼지가 이런 처참한 수준의 상상을 하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흉자 수준이 저 정도인 것을 진작 알았다면 절대 시간 들여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싸운다는 것도 어느 정도 전제가 일치하고 소통 가능성이 최소한은 있을 때 하게 된다는 것도 이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정말 저 정도 수준의 사고를 가진 줄 알았으면 안 싸웠을 것이다. 그냥 사람 취급 안 하고 등쳐먹을 궁리만 하다가 내빼기 바빴겠지.
개돼지들의 직업 선택 조건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이기만 하면 무조건 넙죽넙죽 감사해야 하고, 남자들의 스펙은 4년제 대학 아무 데만 나왔으면 '배울 만큼 다 배운 번듯한 신랑감'이고, 부모 노릇은 '굶기지 않고 학교 보내줬으면 충분'한 거고 뭐 대충 이런 식인데 이게 흙수저들한테는 너무 당연하게 보이고 익숙하다는 게 문제다. 이걸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먹고 안 죽기만 하면 감사히 먹어야 하는 것'이다. 핸드폰으로 표현하면 '전화 10번 중에 8번 터지면 썩 괜찮은 핸드폰'이고. 이런 기준으로 걔네가 말하는 좋은 직장, 좋은 남자, 좋은 부모, 좋은 친구, 좋은 인생, 좋은 물건, 좋은 영화, 좋은 음악이 어떤 걸까? 뭘 가지고 '좋다'라고 하는 것일까? 서로 전제가 완전히 다른데, 다들 좋은 게 뭔지를 두고 격렬하게 토론하면 답이 나올까? 너한테 도움 되는 얘기가 하나라도 나올 것 같은가?
이런 개돼지들과 싸우는 것 자체가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 블랙홀 비밀을 밝히는 시대에 너 혼자 천동설 주장론자들하고 싸우면서 시간 낭비하는 꼴이다. 이겨봤자 아무 득이 없다는 것이다.
싹 잊고, 머릿속을 첨단의 것들로 채워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억을 없애는 건 기억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그러나 노력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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