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망

인간관계 자체가 곧 빚이다. 인간관계 청산 = 빚 청산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공짜가 없다는 것만이 진리다.

 

기브 앤 테이크의 Giver가 성공한다는 논리도 먼저 준 만큼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는 원리 때문이다. 안 주면 안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바라는 게 있다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연애하는 사람들이 '남친이 이 거 사줬어', '남자 친구가 나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남편이 결혼할 때 이거 이거 해줬어' 이런 거 다 빚으로 달려있다가 결혼하고 고생해서 갚아야 하는 것이다. 다 자기한테 돌아올 빚지는 일이다.

 

남편이 다 해준다고 해봤자 애 낳고 능력 없어져서 남자 없으면 못살게 돼서 밥이나 해주고 그렇게 사는 것이다.

 

내가 얻는 것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댓가가 있다. 그 사람한테 바로 갚든지 아니면 다른 식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이 원리를 알면 남의 덕본 게 없을수록 좋다는 걸 알게 된다. 손해 보는 게 낫다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당장 손해여도 결국은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빚이 없으면 그냥 맘편히 네 마음대로 살면 되지만 빚이 많으면 마음이 무겁게 살아야 하고, 앞으로 다 갚아야 하는 것이다. 안 갚으려고 하면 사기를 당하거나 다른 문제들이 생겨서 뭔가 뺏어간다.

 

그래서 비혼, 비출산, 비사교, 비소속, 비SNS 등이 현명한 것이다. 안 해서 더 좋다기보다는 얻는 것도 없고 갚을 것도 없는 가벼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끊는다는 말이나 인간관계로 얻는 게 많아서 맺을 거라는 말은 사실 똑같은 말이다. 얻는 게 있는 만큼 내 시간과 에너지도 그 상대에게 줘야 하는 거라 결국은 +-해서 다 0이다.

 

그러니 둘 중 원하는 대로 선택할 문제다. 난 갚기 싫다 하면 인간 덕 보지 않고 혼자 적당히 살면 되고, 난 덕 좀 봐야겠다 싶으면 나도 그만큼 상대에게 신경 써주고 좋은 걸 주면 되는 것이다. 단지 선택의 문제다.

 

나는 최근 그간의 관계를 대부분 정리하고 한 명만 남겼다. 근데 정말 기분이 빚 청산한 아주 가벼운 느낌이다. 그 한 명도 사실 귀찮다. 누가 예전처럼 나한테 자기 결혼한다고 오라고 할 일도 없고, 오는 연락 일일이 답해줄 일도 없고, 남의 애 구경해줘야 할 일도 없고, 남의 자랑 들어줄 일도 없고, 남 부탁을 들어줄 일도 없다. 얼마나 클린 한 지.

 

그러고 나니 앞으로는 정말 빚을 자기고 싶지 않고 남의 관심도 사랑도 도움도 다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허무하고 부질없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사랑, 조언, 도움되는 정보들 조차 공짜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내가 갚을 때 까지 잘 떨어져 나가지도 않고 나중엔 집착으로 돌아온다. 지 마음대로 잘해줘 놓고 갚으라고 압박 주는 인간들이 한둘인가? 그냥 갚을 거 갚고 다 정리하고 나면 다시는 빚지고 싶지도 뭐 받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홀가분하다. 정말 새로운 인연은 맺고 싶지 않다. 빚 없는 아주 가벼운 기분으로 살 것이다.

 

 

추가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붙인다. (법정의 말로 알려져 있지만 이 수녀님 수필집에 있는 내용이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 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는 우리지만
인간적은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 이해인 수녀님 산문집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중-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