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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82* 같은 맘카페 회원들이 '공감'에 집착하는 이유

"남편이 공감을 안 해줘서 너무 서운해요. 남자들은 원래 공감을 잘 못하나요?" 맘카페 글들을 보면 이런 종류의 글이 많다. 댓글에다가는 "저희 남편도 그래요.", "남자들 공감능력 부족한 건 뭐... 어쩔 수 없죠." 이런 식으로 같이 푸념하고 한탄하는 게 그들의 일상이다.

 

도대체 맘카페 회원들은 왜 저렇게 남편의 '공감'에 집착하고 갈구하는 것일까? 마치 남편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의견은 묵살당하기라도 하는 것 마냥 공감을 병적으로 갈구한다. 공감받으면 뭐가 특별히 해결되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자기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건가?

 

아마 저들이 남편에게 공감을 바라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남편에게 '자아의탁'을 했기 때문이다.

맘카페 회원들은 하나같이 남편에게 의존하는 걸 넘어서 아예 '자아 의탁'을 한 데다가 남편을 '주인님'처럼 모시고 조금만 칭찬받으면 '예쁨' 받았다면서 애완견처럼 눈물 날 정도로 기뻐한다. 바로 이게 맘카페 회원들이 그토록 공감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저들은 결혼 이후로 의존할 대상이 남편과 아이들밖에 없고 다른 곳에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에 자기 확인이 부족하다. 홀로 서지 못할 만큼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집안일, 육아 한 번 안 하던 남편이 어쩌다 '공감' 한 번 해주면 자기를 '위해주었다', '챙겨주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이거 하나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왜냐하면 맘카페 회원들은 자기 남편뿐만 아니라 같은 사이트 회원들한테도 공감을 바라니까. 그래서 다시 생각해봤더니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감'과 '위로'라도 받아야만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맘카페 회원들은 어차피 이제 와서 탈혼도 못 한다고 생각하고 그럴 용기조차 없다. 어쩌다가 맘카페에 탈혼 하겠다는 글 올려봐라. 그럼 가스라이팅과 후려치기만 오지게 당할 것이다.

 

게다가 남편한테 집안일 같이 하자고 제안하거나 주말만이라도 육아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고 해서 남편이 말을 듣겠는가? 그래서 맘카페 회원들은 결국 결혼 생활을 혼자 참고 수긍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살아가려면 자신이 자아 의탁한 상대인 남편의 '공감'과 '위로'라도 받아야만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말에 공감해주면 기분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 정도가 지나쳐서 매번 공감 받으려고 매달리고 갈구하는 건 분명 건강치 못한 태도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맘카페 회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자들이 많이들 그런다. 커뮤니티에서 "이거 나만 그래?"라고 한다든지, "남자 친구가 이렇게 저렇게 했는데 내가 화내도 되는 걸까요?"라면서 자기 기분마저 '허락' 받으려고 하는 꼴 많이들 봤을 것이다. 이게 바로 여자들의 의견이 남성 중심사회 내에서 많이 묵살당하고 무시당했다는 증거다.

 

아무리 남 신경 안쓰는 사람일지라도 계속 후려치기 당하다 보면 당당해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끊임없이 '남들은 내 의견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틀린 걸까? 잘못 생각한 걸까?'라고 생각하며 불안해한다. 남의 애정을 일방적으로 갈구한다. 이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도 자기 줏대를 잃지 않는 건강한 인간관계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한술 더 떠서, 맘카페 회원들 중에 '남자는 이성, 여자는 감성' 이 구닥다리 프레임을 아직도 믿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코르셋 커뮤니티라도 '남자는 이성적이다' 같은 글이 올라오면 반대 수 많이 박힌다. 댓글에도 "남자가 이성적이라면서 왜 그렇게 감정조절 못하고 툭하면 때리고 싸우고 우발범죄 저지르냐?"라는 의견이 올라온다. 

 

반면이 맘카페 댓글은 어떤지 아는가? "맞아요~ 공감해요. 남자들이 이성적이라고는 하지만 가끔 공감을 안 해줘서 속상하고 서운해요." 남자들이 공감능력 떨어지는 게 이성적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남자들이 그러는 건 공감능력 유무의 문제가 아닌데도 핵심을 못 잡는다. "그래서 남자들은 해결하려 하고 여자들은 공감을 원한다잖아요~" 이러고 앉았다. 환장할 노릇이다. 시대 흐름을 못 읽어서 남자들이 짜 놓은 프레임을 의심 한 번 안 해보고 그대로 믿는다.

 

그런데 너무 웃긴 건, 맘카페 회원들이 자기들 상황 설명한 글을 읽어보면, 그들의 남편들 중 어느 누구도 '이성적으로 해결'해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 속의 남편들은 죄다 와이프에게 "넌 뭐 그런 거 가지고 힘들다고 하냐? 그냥 네가 해." 라면서 핀잔을 준다든지, "네가 이렇게 했었어야지, 네가 바보인 거지." 이런 식으로 얘기도 듣기 전에 함부로 가르치려 든다든지 할 뿐이더라. 이게 어딜 봐서 이성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인가? 그냥 와이프를 무시하니까 저렇게 말하는 거지. 남편에게 상사나 선배가 고민을 얘기한다고 가정해봐라. 속으로는 공감 안 할지라도 겉으로는 "네 고생 많으셨어요. 속상하셨겠습니다."라고 한다.

 

 

아무튼 맘카페에서 "여자는 감정적이라 공감을 원한다."라는 프레임이 더욱 견고화 되는 것 같아서 같은 여자로서 매우 화가 나고 쪽팔린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공감만 바랄 뿐 해결은 못하는가 하면 그것은 더더욱 아니다. 맘카페든 어디든 보편적인 가정을 보면 남편의 무관심과 도박, 바람 등을 다 와이프나 딸이 뒤치다꺼리하면서 해결하려 든다.

 

남자들이 해결하려 한다고? 지나가는 똥개도 웃겠다. 해결은 무슨 문제나 안 일으키며 다행이다.

 

 

 

 

 

 

 

공감 바라는 짓

공감을 왜 바라는가? 그건 자기 확신이 없어서 그렇다. 여자들끼리 서로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 공감 바라는 문화는 질렸다. 도대체 왜 이리 공감에 목매나 했는데, 저것도 다 자기 확신이 없어

hershey1.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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