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뭔가를 먼저 해주어야 요구할 권리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반면 남자들은 뭐든 먼저 당연하게 요구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철든 여자, 어른스러운 여자는 내가 뭔가를 먼저 해줄 생각을 하고,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걸 해주어야 발언권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부모들이 여자애들한테 "역시 여자애가 철이 빨리 들어. 참 착하고 강하고 철들었네."라고 말하는 때가 언제인가?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칭찬받을 수 있어."
"깔끔하고 관리 잘된 사람을 좋아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 방금 내가 불친절을 당한 건 내가 못생기게 하고 나가서야."
"내가 남자 친구한테 한소리 듣기 싫다면 데이트비는 내야지."
"사회에서 못생긴 여자는 솔직히 불이익 있는 건 맞지. 더 꾸미고 나서 일단 적응한 다음에 바꿔가야지. 마냥 자기 관리도 안 하면서 요구만 하면 누가 들어줘?"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자기 검열에 세뇌되어 있다. "일단 ~를 해서 맞춰준 다음에 요구해야지. 상대방 말을 들어줘야 요구할 수 있어."라는 생각 패턴에 말이다. 어른들은 그런 여자아이를 향해 어른스럽다고, 철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반면 남자아이들이 저런 생각 하는 거 본 적 있는가? 걔네는 그냥 해달라고 하는 게 디폴트다. 모든 여자가 자기네 엄마와 같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잘 알지 않는가? 그런데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저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남자애가 철이 없어. 여자애는 정말 철들었지. 여자애들이 철이 빨리 든다더라. 남자애들은 나이 먹어도 철이 안 드니 원." 이런 말을 왜 당연한 것처럼 퍼트리겠는가? 여자들한테서 싸울 권리, 목소리를 빼앗는 것이다. 여자애들은 철들었다고 칭찬하는 척 완벽 코르셋을 차게 만들고, 어린 남자애들한테는 철이 없다며 욕하는 것 같지만 실상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어렸을 때부터 훈련시켜주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에게만 끊임없이 "우선 네가 먼저 완벽해져야만 목소리를 낼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완벽함의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따라가면 갈수록 계속 더 멀어지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 통념을 따라가느라 바쁘다. 정작 네 옆에서 뚱뚱한 배 긁으며 계속 너를 욕하면서, 혹은 칭찬하면서 너를 달리게 만들고 그 완벽함의 기준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며 정해주는 건 남자들이다.
그러니 제발 철들고 어른스러워지지 말자. 완벽하지 않아도 언제나 당연하게 너는 니 의견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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