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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결혼의 통념

우리의 인생은 통념과 싸우는 것일 뿐이다. 개돼지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통념과 맞서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가부장제는 처음부터 잘못되었으니,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오류다. 그러나 당장 이 가부장제의 '현실'에서 이뤄내야 할 게 있다면, 그 오류를 이해하고 초월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화목한 가족, 종교, 학교, 대입 준비, 취업준비 등 하다못해 동료의 필요성, 자존감 이런 사소한 통념까지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것도 우리에겐 당연하지 않다.

 

 

 

 

통념은 대부분 틀렸다. 그 어떤 통념도 직간접적으로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 결혼한 사람, 결혼 예정인 사람, 가부장제 위의 남자가 만들어낸 통념이다. 당연하게도 자기들처럼 결혼의 수순을 밟을 사람들을 위한 개념이다. 결혼할 사람에게는 그 통념이 아주 맞겠지만. 그러나 비혼 주의자들은 결혼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통념과 일치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러니 내 방식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네가 지금 하는 어떤 방식이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는가?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는가? 그게 맞는 거다. 머리에 있는 생각들로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그거야말로 뭔가 이상한 것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 인생과 아무 상관없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네가 하는 대로가 맞는 거다. 다른 건 없다.

 

모든 것을 재정의해라. 맞고 틀리고는 없다. 네가 하는 대로 그 자체가 모든 것이다. 

 

결혼이라는 누구에게나 예견된 당연한 것을 지워버리는 우리는 무엇도 아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사람의 삶에서 없어진다면, 그 어떤 말도 자신을 표현하거나 인도하거나 조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제발 과감해져라. 무모해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해라. 주체성 없는 노예를 양산하기 위해 의미 없는 숫자를 만들어 목숨 걸게 하는 공교육을 착실히 받고, '그래도 좋은 대학' 거리면서 대입에 목매고, 어차피 좋은 회사 들어가면 퇴사하고 싶어서 진절머리 칠 거면서, 취준으로 우울증 걸리고 자기 파괴적인 인간이 되는 거 다 개돼지 생산 라인이지 않는가. 그 생산라인 밟으면서 현타 안 오는가?

 

크게 봐라. 누가 각본 짜준 거 대로 살지 말아라. ''나는 주체성 있게 문과 말고 이과로 바꿨어."라고 말해도 칭찬하고 싶지 않다. 물론 '결혼의 통념'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씩 바꿔서 언제 큰 그림 볼 것인가? 오류에서 주체성이 있는 존재라고 믿어버리면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확률이 크다. 결혼한 사람이 내 인생 주체적이고 자유분방하다고 착각하는 거랑 같지 않은가. 그게 함정인 것이다. 사소한 거에 사로잡혀서 주체적이라 착각하고 큰 그림은 못 보는 것이다.

 

순응하지 마라. 네 맘대로 해라. 개돼지 생산 라인에서 나와라. 네가 지금 하는 건 핵심이 아니다. 잘못짚었다. 네 스스로 당위를 느꼈다면 자퇴를 하고 퇴사를 하고 다 해라. 모든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돈, 학문, 탈조 모두.

 

필요 없는 건 안 하는 것이다. 가끔가다 자연스레 합리적으로 나오는 의문, 의심을 지나치지 마라. 그게 가장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문득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왜 하는지 모르겠으면 당장 때려치워라. 이유를 모르고 행하는 건 개돼지다.

 

어떤 것도 주체성을 상실할 만큼 간절해하지 마라. 좇으려 하지 마라. 우리는 여성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이다. 자연스럽고 유연하다. 네가 이 장난 같은 '결혼의 통념'들을 초월한다면 네게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최고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서있는 땅덩어리는 같아도 다른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할 거면 그냥 너는 결혼의 통념에 순응하고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각성할 때 순응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처럼 삶도 순응하면 안 된다. 각성이든 삶이든 다 같은 맥락인데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해 모순적이게 살아가지 말아라.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여유롭게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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