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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사실 여자들은 단 한 번도 남자를 사랑한 적이 없다.

여자들은 사실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자를 사랑한 적이 없다. 지독하게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그들이 사랑하는 건 무엇인가? 남자의 특성이라고 세뇌한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랑'이 아니고 '욕심'이다.

 

 

세상에 사랑이 어디있는가? 모든 것은 이해관계이고 이해관계는 이득을 취한다. 이득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꾸미고 연애하는 것 모두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늙은 남교수를 사랑하는 나 = 학문을 숭배하고 학문, 명예, 권력을 갖춘 인물을 사랑하는 것
  • 직장 남자 상사를 사랑하는 나 = 재력, 권력, 성공의 냄새를 사랑하는 것 (정말 남자를 사랑하는 거라면 직장 후배랑도 사랑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 예술 or 체육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나 = 내가 예술가 or 체육인으로 살고 싶은 것
  • 서양 남자를 사랑하는 나 = 운 좋게 제1 세계에 태어난 남자의 특권과 외국어를 선망하는 것
  • 유명한 남자 가수 콘서트에서 그가 노래하는 모습에 반한 나 = 사실 자기가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싶어 심장이 뛰는 것
  • 돈 많은 남자를 사랑하는 나 = 돈을 숭배하고 중요한 가치로 두는 것 (여자가 돈 버는 방법을 돈 많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잘못 가르치는 세상이 문제 or 다른 방법을 알아도 자아 의탁)
  • 내 남자 친구이 입었으면 하는 옷 = 사실은 내가 입고 싶은 옷
  • 내 남친 기 살린답시고 사준 고가의 선물 =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자기한테 선물 못하고 남자 친구에게 선물함

 

코르셋 시절 유독 권력 있어 보이는 양복에 집착했다. 정장 입은 남자가 이상형이었다. 지금은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내가 댄디하게 입고 다니니 그때 환장했던 양복 입은 서양 남자들이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다. 그 남자들 한번 보고 거울 속 내 모습을 한번 보니 깨달았다. 나는 한 번도 남자를 사랑한 적 없고 그들이 나에게서 빼앗은 원래 내 것이었던 것들을 다시 가져오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걸 말이다.

 

나는 금사빠이던 시절이 있었다. 미술 전시회를 다녀오면 그 작가가 너무 좋아서 사랑에 빠졌다고 했고, 남자 배우 연기를 보면 연기가 멋져서 사랑에 빠졌다고 했고, 남자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요리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사랑에 빠졌다고 했고, 비행기 조종사를 보면 제복 입은 모습이 멋져서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사실 나는 야망 있는 여자였던 것이다. 욕망이 보이는가?

 

나는 미술을 배워 전시회를 열고, 연기도 하고 싶고, 요리를 배워 나 자신에게 근사한 한 끼를 차려주고 싶고, 비행기 조종을 배워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사람이었다. 금사빠는 야망 있는 여성이다.

 

그런데 이런 꿈 많은 나에게 남성 중심 사회는 사랑이라는 명칭만 주었다. 나는 거기에 야망, 정복, 욕심, 갈망 등의 이름을 다시 붙였다. 여자들은 단 한 번도 남자를 사랑한 적이 없다. 남자들은 여자 없이 절대 살 수 없지만 여자들은 남자가 없어야 살 수 있다.

 

여성들이 빨리 남자의 사랑 다 버리고 그렇게 원하던 제복, 권력, 성공, 명예 다 누려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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