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는 1. 효도 코르셋을 왜 벗어야 하는지 2. 개돼지 부모들의 병명이 뭔지 3. 그래서 어떻게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정을 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편에서는 정서적 독립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독립과 트라우마 치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1. 물리적 독립(경제적 독립)
어느 시점에서의 물리적 독립은 필수이다. 같이 사는 한 그들은 네 공간을 끊임없이 침범하고 에너지를 갉아먹으며 행복하고 평화로운 네 모습을 견딜 수 없어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행복을 시샘하는 한국인들 특성상, 특히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르시시스트 부모 특성상 더 그렇다. 암만 잠깐 호캉스 가서 파인다이닝 즐기고 오면 뭐 하나. 가족들은 네가 기분 더럽게 만드는 데 혈안 되어 있고, 다시 불행을 옮길 건데.
개돼지 나르시시스트랑 같이 살면서 행복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거 그냥 남편한테 가정폭력 당한 여자가 결국은 참고 사는 엔딩보며 '결국 행복하게 잘 살았대' 하는 꼴이다. 행복해지는 법? 간단한다. 불행을 전부 없애면 그게 행복이다. 너한테 해가 되는 요소와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해야 한다. 돈 모아서 나와라.
아직 미성년자인데 나오고 싶은가? 쉼터 가라. 성년보다 미성년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기관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장기 쉼터의 경우에는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네가 다니는 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너를 보호해 준다. 기본적인 의식주로 협박해 대는 흙수저 부모 VS. 의식주 무료 제공에 용돈, 이발비, 학원비까지 지원해 주는 쉼터 어디를 고르겠는가.
이십 대 초중반이어도 쉼터 알아봐라. 법적 청소년은 이십 대 중반까지이기 때문에 받아주는 곳 많다. 나르시시스트로부터의 독립은 비용 그 이상의 가치를 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의식주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 있다고 그거 안전지대 아니다. 네 정신이 좀 먹히고 있는데 안전지대는 무슨, 전쟁터에 보호장구 없이 널브러져 있는 꼴이다.
넌 독립 따위 우스울 정도로 강하다.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개돼지 부모 학대 수십년간 당하고도 버틴 게 그 증거다. 널 죽이지 못하는 모든 건 널 강하게 만들 뿐이다.
2. 연 끊기
독립하고 인간관계 리셋하면 이제 연락 주도권은 너한테 있을 것이다. low contact를 하든 no contact를 하든 알아서 해라. 아님 필요할 때만 찾는 것도 괜찮다. 물론 티 나게 이러면 발작하니까 서열 적당히 눌러 놓는 것도 중요하다. 서열 정리고 뭐고 개돼지 흙수저라 딱히 얻어낼 것도 없고 귀찮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더럽다면 연락 다 씹어라.
핵심은 연락 주도권을 네가 쥐고, 최소한의 연락만 하되, 아무런 정보도 주지 말아라. 일상 공유도 하지 말고 그냥저냥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고 해라. 너에 대한 긍정적인 근황은 트로피로 사용될거고 부정적인 뉴스는 우월의식 느끼는 재료로 쓰일 것이다. 가족한테 울화 받친 채로 화내는 거? 네 인생에 발자국 남긴 게 영광스러워서 흥분하기 딱 좋은 포인트다. 먹이 주지 말아라.
가끔 별 같잖은 흉자모가 눈물쇼 하면서 연락해도 씹고 내 할일 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이제 와서 밥은 먹었냐느니 사랑하는 딸이라느니 눈물 젖은 쇼 해봤자 역겹기만 하다. 진짜로 딸을 사랑했던 거였으면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됐다.
3. 트라우마 치료
독립까지 했다면 다시 한번 축하한다. 앞으로의 길이 꽃길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제 더 나아질 일만 남았다. 치료 과정은 네가 얼마나 심하고 길게 학대받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독립한 직후 긴장이 탁 풀리면 아무 의욕 없고 무기력할 수 있다. 근데 그거 정상이다. 네가 과로로 인한 심장 마비가 과로 도중일 때 아니고 보통 과로 후 샤워하면서, 혹은 은퇴 직후 차분한 삶에 긴장이 갑작스레 풀리면서 일어난다는 거 알고 있는가? 독립 직후 무기력증에 필요한 건 네가 버텨온 것과 탈출하기까지 이뤄낸 것들에 대한 무한한 칭찬과 두어 달 푹 쉬며 주변 환경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루틴 없이 완전히 늘어지면 우울증 직행 코스 타니까 학교나 알바 아니면 공동체 생활 같이 적절히 강제성 있고 사람들이랑 섞일 수 있는 루틴도 추가해라. 그거면 충분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네가 가고 싶은 앞길이 천천히 정비될 것이다. 그때 출발해서 달려도 늦지 않는다. 누구 말처럼 원래 인생은 마라톤이고 그 과정이 힘들면 너만 손해인 것이다. 원래 좋은 거 들이는 것보다 나쁜 거 없애는 게 더 어렵다. 생각해 봐라 수액 맞는 게 쉽겠는가 몸에 꽂힌 칼날 뽑아내는 게 쉽겠는가. 원래 회복은 찢어진 데 있으면 죄다 꿰매고 가시 박힌 거 있으면 뽑아내야 시작되는 거지 피 철철 흘리고 앉아있는데 무턱대고 약 들이붓는다고 해결되지 안 난다. 하지만 힘들여서 나쁜 거 모두 없애고 0부터 시작하면 삶의 질은 양의 방향으로 수직상승한다. 망친 그림은 전부 지우고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단발성 트라우마보다 긴 시간 지속적으로 일어난 복합성 트라우마의 경우 특히 벗어나기 더 어렵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사실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종종 지칠 때면 빠져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더라. 하여튼 한국에서 태어난 여자들은 개돼지 부모 밑에 태어나서 고생 많았다.
아래는 치유 과정에서 도움이 된 책이다. 다만 책 읽을 때마다 오버랩되는 건 각오해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몇 시간이고 눈물 흘리면서 읽었다. 연애, 사랑, 섹스 타령 주야장천 해대는 건 걸러서 읽어라.
1)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썸머)
- 시중에 나와있는 딸-흉자모 관계 책 중에선 가장 노골적이고 실용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래도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해...' 프레임에서 벗어나 연 끊는 걸 권유하는 점에서 말이다. 저자도 흉자모랑 결국 연 끊었다고 하더라.
2)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다미 샤르프)
- 첫 번째 책이 노골적으로 흉자모와 딸 간에서 일어나는 학대를 파헤친다면 이 책은 어린 시절 학대가 니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파헤치는 책이다. 그래서 내 성격 발현이 이렇게 됐구나 잘 알 수 있었다. 심리학을 몸의 관점에서 다가선다는 게 흥미로웠다.
3) 트라우마 사전 (안젤라 애커만 외)
- 원래는 창작자가 트라우마를 어떻게 써야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인물을 그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인데 이 관점이 많이 도움이 됐다. 자아는 창작자의 상태로 유지하고 나를 캐릭터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재밌기도 했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잘 성장하고 잘 산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니 잘 사는 미래를 상상하기 더 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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