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이나 편집증, 혹은 완벽주의가 있는 여성들이 꽤 있을 것이다. 개중에는 안전 강박이라는 게 있다. 현관문, 안전밸브, 가스레인지 등 안전과 관련된 것에서 비합리적인 불안을 느끼는 강박이다. 그런데 이 안전 강박의 원인은 죽음이나 부상에 대한 공포라기보다 죽음과 부상 뒤에 자신에게 향할 '비난'에 대한 공포라고 한다. '책임감'의 문제인 것이다.
안전 강박을 예시로 들었지만 편집증, 완벽주의 등의 다른 강박들도 마찬가지다. 업무의 내용을 몇 번씩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책임'에 대한 공포. 책임과 책임감이 이미 그 위험 자체보다도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임감에 절여지면 아주 약간의 위험도 감수할 수 없게 된다. '위험이 존재한다'라는 그 자체가 책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만들고, 이미 그 시점에서 공포가 되어버린다.
50%의 확률로 거대한 이득을 얻거나 50%의 확률로 아주 약간 잃을 수 있는 게임이 있다고 해보자. 여자들은 아마 '책임'이 걸려있기 때문에 찬스를 잡기를 꺼릴 것이다. 혹은 찬스를 잡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탈진하게 된다.
여성들은 철저하게 책임에 절여지도록 길러진다.
순정만화, 동화, 드라마, 기타 여성향 매체들을 보면 클리셰처럼 나오는 게 하나 있다. 여성의 '과책임'. 남자 캐릭터가 드물게 과책임인 경우는 여성향 매체의 남자 주인공이거나 작가가 여자인 경우밖에 없다.
실제 사회에서도 여자가 잘못하면 다 여자 탓이고 잘되면 다 그 주변 환경 덕이라고 평생에 걸쳐 후려친다. 과책임에 절여져서 자라게 되면서 사소한 것도 몇 십 번씩 확인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없는 인간으로.
완벽주의가 있거나, 위험을 과하게 피하거나, 자주 확인해야 마음 편해지거나, 거의 다 이겨먹은 게임에서도 마지막까지 불안해하는 여성들이여. 그 책임감이야 말로 자신의 족쇄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실수? 저질러라. 그거야 말로 네 탓이 아닌 환경 탓이다. 감? 믿어라.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좋다. 잘된 것은 전부 네 덕분이고, 잘못된 것은 전부 주변 탓이다. 책임 버려라.
"잘못돼도 내 탓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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