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라는 모호한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연애했던 남자를 좋아한다고 인식하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별생각 없다가 계속 알짱거리니 점점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고, 사라지면 아쉽고, 좋아한다고 생각이 들게 된다. 익숙해져서 없으면 그때부터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습관이 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감정이 먼저가 아니다. 익숙하고 습관이 된 다음 그것을 습관적으로 하고 싶어지고 생각나고 그러면 그걸 좋아한다고 인식한다.
인기 많은 연예인들이 그만큼 잘나서 인기 많은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 나오고 얼굴이 눈에 익고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러면서 좋아하게 되는 것뿐이다. 정확히는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게 되니 잘나 보이고.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 칼칼한 음식을 좋아하게 된다. 가끔 생각도 난다. 근데 이 좋아하는 감정이 진짜 좋아하는 것인가? 그냥 익숙해서 종종 생각날 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도 별일 아닌 것이다. 그냥 계속 눈에 띄면 된다. 익숙해질 때쯤 사라지면 특별해진다. 나 자체가 특별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이런 말이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좋아한다는 걸 무슨 특별한 일인 양 생각해서 그렇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일도 하다 보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별 거 아니다. 그냥 최소한의 관심과 호기심이면 충분하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취미, 좋아하는 운동...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고 그런 게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멀쩡한 사람들도 '난 좋아하는 게 없어...'라고 자괴감을 갖고 억지로 좋아하는 걸 만든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나는 문제가 없고 드디어 말할 것이 생겼다고 한다.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이 있으면 뭔가 삶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이상한 프레임이 있는데 그게 혹세무민 하는 것이다. 뭐라도 있는 척 마카롱이라도 찍어 올리고 뭔가 취향과 취미가 있는 척하기 바쁜 것이다. 괜히 그런 생각에 억지로 좋아하는 거 만든다고 돈과 에너지 낭비하지 말길.
좋아하는 게 딱히 없는 상태가 정상이고 디폴트다.
뭘 좋아한다고 느끼고 그것을 찾고 집착하게 되면 그건 뭔가에 습관이 든 거고 세뇌된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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