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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남자를 좋아하는 게 '본능'이라서 비연애 못 한다는 건 핑계다

"이성에게 끌리는 건 본능이라 난 비연애 못해~ 연애할 거야~" 남자 못 잃는 여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도대체 '본능'이라는 게 뭔가? 손잡고 키스하고 꽁냥꽁냥 연애하는 거? 만나서 파스타 처먹고 영화 보고 모텔 가서 관계 같은 걸 백날 천날 반복하는 게 무슨 그리 대단한 '본능'씩이나 된다고 남자를 못 잃는 걸 자랑인 것처럼 떠벌리고 다니는지.

 

본능대로 사는 동물들 중에 인간만큼 연애 따위를 길게 하는 생물 본 적 있는가? 발정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 수 있겠으나 어쨌든 다른 동물은 그저 교미하고 새끼 까는 것밖에 안 한다. 거기에 교감과 감정 교류까지 추가했다면 그건 이미 본능이 아닌 것이다. 본능에 고차원적 요소들을 추가한 거지. 

 

연애와 결혼은 본능이 아닌 인간 사회의 '제도'일뿐이다. 그것도 가부장제의 산물인 제도. 역사적으로 가부장제는 '약탈혼'으로 인해 견고화 되었고 그 약탈혼에서 파생된 제도가 '결혼'이며, 또 그 결혼에서 파생된 문화가 '연애'다. 태생부터가 여혐인 제도를 '본능' 타령하면서 못 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임신과 출산이 더 '본능'일 수 있겠다. 애초에 이성이 서로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도 결국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본능 때문이 아닌가. 근데 왜 임신, 출산을 기피하는데? 섹스가 '종족 보존의 본능'이라고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종족 보존 안 하려고 콘돔이니 피임약이니 써먹는 거 보면 이미 본능을 거스르고 있는 중인 거다.

 

인간이면 인간답게 본능 억누르고 고차원적인 걸 추구해라 좀. 누가 보면 연애 안 하는 사람은 일주일 내내 물 못 마신 것처럼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줄 알겠다.

 

동물들도 '번식 본능'보다 '생존 본능'이 우선이다. 그런데 어떻게 목숨을 위협받고 2등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연애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연애가 본능이 맞다고 해도 그게 식욕, 수면욕, 배설욕처럼 충족되지 않으면 죽는 본능도 아닌데 뭔 말 같잖은 핑계를 대는가? 성욕은 평생 해소 안 해도 안 죽는다. 성적 끌림은 '사랑'도 아니고 그저 호르몬 장난질일 뿐이고, 성욕이 생긴다면 자위로 혼자 충분히 해소할 수 있으며 감정 교류는 남자가 아닌 친구나 가족을 통해 더 잘할 수 있다.

 

본능 타령하는 놈들은 결국 의도하는 바가 다 똑같다. '그냥 그렇게 타고났다', '이런 행동을 하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타고난 본성을 강조하는 것이 후천적으로 학습되었다는 말보다 더더욱 적절한 핑곗거리가 되니까. 개돼지들 입장에서는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에게는 남자에게 성욕을 느끼든 그게 본능이든 아니든 그깟 번식욕보다 2등 시민으로 차별받지 않는 것, 여혐 범죄를 당하지 않는 것, 나를 포함한 모든 여자들이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백 배 더 중요하다. 그리고 가부장제와 남자들의 실체에 대해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혐력이 증가된다. 수천 년간 여자들을 억압해왔고 지금까지도 여성 차별에 동참하는 놈들이 뭐가 좋다고 만나주는가?

 

이게 다 연애 외에는 딱히 취미도 없고 로맨스 미디어에 단단히 세뇌당해서 그런 것이다. 성욕은 본능일지 몰라도 결혼과 연애는 그냥 문화이고 제도인데 이걸 '본능' 때문에 꼭 해야 한다니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다. 애초에 연애 감정은 학습된 요소들이 더 많다.

 

식욕, 수면욕, 배설욕처럼 하지 않으면 죽는 것 제외하고는 '본능이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헛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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