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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가부장제는 여성이 스스로를 아끼도록 두지 않는다

가부장제 아래 사회화된 여성은 스스로를 위해 행동할 수 없다. 물론 그 여성의 시점에서는 늘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해석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여성들이 자신을 위해 선택하게 두지 않는다. 스스로가 손해를 보는 연애, 결혼, 남돌 등에 비정상적으로 돈을 쏟는 행위를 보면 그 모든 선택의 방향이 타인을 향해있다. 

 

 

 

 

어린 시적부터 체득해온 약자 혐오는 스스로가 약자가 되는 순간 그 칼날이 자신에게 향하도록 설계되었다. 자신의 약자 성에 대한 혐오감은 심리적 공허함을 만들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남자, 연예인에 사랑을 퍼붓는다. 자기에게 마땅히 할애할 일말의 집중력도 없다. 모두 타인에게 쏟아붓는다. 자신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그곳에 들어갈 힘이 분산되어 사방으로 발산된다.

 

10대에는 남돌, 20대는 남자친구, 30-40대는 남편, 마무리는 자식이다. 삐끗하면 타인으로 꽉 찬 인생을 사는 거다. 내가 좋아하니 괜찮다고? 왜 그 막대한 사랑을 자신에게 붓지를 못하는가? 사회적 미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서, 가족이나 친구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 아니면 내가 능력이 없어서? 어떤 이유든 스스로의 편을 들어야 한다. 기준을 나로 두고 스스로를 바로 서게 만들어야 한다. 기준을 나로 두고 스스로를 바로 서게 만들어야 한다. 걷는 것은 일어서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주를 전적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사주에서는 인간이 제대로 운이 풀릴 때는 스스로 선택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걸어 나간다는 시각은 '나'라는 기준이 세워졌을 때부터 뛰든 걷든 날든 내 멋대로 하는 거다. 나의 모든 미래 계획과 과거에 대한 분석과 현재에 대한 진짜 행동은 진정 내가 두발로 땅을 딛고 있을 때 시작이다. 그 전엔 모른다. 내가 뭘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이 분석이 맞는지, 틀린 지. 태풍 아래 풀잎처럼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사회는 여성에게 약자라고 말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개돼지들 무시하면서 독서하고 공부하느라 정신 없었다. 그 말인즉슨 개돼지 사회의 '사회화'가 늦었다는 거고 난 내 사회화 과정을 똑똑히 기억한다. 고등학생 때 시작해서 어떻게 사고방식이, 감정이, 해석하는 시각이 달라지는지 피와 살로 겪었다. 약자, 여성성 프레임이 씌워지는 순간 내 행동반경은 좁아지고, 뛰어난 운동신경은 쓸 일이 없어진다. 나는 주변 여성들 중에서도 유난히 마르고 병약한 축에 속하게 되었다. A라인 스커트 때문에 계단 오르는 것도 힘들었다. 동시에 정신적 한계도 느껴졌고 신체적 장벽에 부딪혀 스스로 약자라고 낙인찍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남자에 집착했다. '키 크고 힘세고 스위트 한 날 지켜줄 벤츠'가 '날 찾아줬으면' 했다. 모든 공격성이 거세당하고 무기력하고 예쁜 인형으로 남기 직전이었다. 스스로 약하고 멍청하다고 체감하기 시작할 무렵 우울증도 심해졌다. 

 

마비된 정신을 일깨우고 현재의 내가 눈 떴을 때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운동이다. 근력운동 초반에는 근육통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할수도 있다. 근데 근력운동 정말 중요하다. 왜? 스스로가 약자라는 프레임을 깨는 가장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모양이 아닌 기능을 중시해서 근육을 바라보는 것이다. 문득 일상생활에서 계단을 쉽게 올라갈 때, 오래 뛸 때, 쉽게 물건이 들릴 때,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뼈와 살로 느끼는 것이다. 보호받아야 할 수동적이고 모자란 존재가 아니고 스스로의 완전함을 체감해야 한다.

 

신체적 독립은 곧 정신적 독립으로 이어진다. 나의 튼튼한 두 다리로 서서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해라. 페미니즘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은 여성들이 해석하지 못하고 억누른 분노가 마땅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원초적인 쾌감을 부르기 때문이고도 생각한다. 자기애와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한다.

 

좋은 음식과 좋은 옷으로 자기자신을 대접해라. 운동으로 본인의 자립성을 느껴라. 성애까지 버린다면 티끌만큼 남은 타자화의 시각을 버리고 내 두 눈으로 세상을 똑똑히 바라볼 수 있다. 나에게 편안한 옷, 머리, 신체,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

 

가부장제의 타자화는 여성이 스스로를 파괴하도록 유인한다. 비쩍 말라가는 신체는 타인의 도움을 불가피하게 하고 그것은 곧 독립의 부재이다.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의존은 한 개인의 자립을 막는다.

 

휘둘리지 말고 갈길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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