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세대 여성들은 생존자들이다. 여아낙태의 생존자. 내 위에 오빠가 아니라 언니가 있었다면 난 아버지에 의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90년대 생은 80년대 생 선배들이 당하는 여혐을 목격하며 자랐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셔보기도 전에 '된장녀'라는 말을 접했고, 프라다와 입생로랑을 알기 전에 '김치녀'부터 접했다. TV 속 개그는 페미니즘을 조롱했고, 남성인권보장위원회 따위의 말을 지껄였다.
나는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 던져지자마자 발정 난 수캐들을 감내해야 했다. 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술 취한 동기들을 성추행하는 남선배들을 보았다. 나는 그 순간 5년 정도 후에 내가 취직하면 회사 신입 동기들이 상사에 의해 성추행 당하는 모습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페미니즘을 접하지 못한 채 결혼지옥에 빠져든 80년대 생의 날것의 삶을 접했다. 그리고 회사에 취직하기도 전에 뉴스에서 한샘회사 신입이 상사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대한민국은 90년대 생 여성에게 그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아라. 우리는 여성 혐오를 뚫고 태어나 혐오 속을 허우적거리며 성장했다. 80년대 생 선배들의 삶을 직접 목격했으며 20대인 지금은 기꺼이 40대 남자의 신부가 되라며 온 미디어에게 강요당하고 있다.
나는 최악의 세대가 될 것이다. 최악의 남혐세대, 최악의 결혼율 세대, 최악의 출생률 세대.
나라에서 도대체 어찌할 방도를 모를 구제불능의 세대가 될 것이다. 그러니 한국은 90년대 생에게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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